제안서 제목: AI 보조권: AI가 눈·귀·말이 되는 시대, 필요한 보조기능을 기본서비스로
제안내용의 목적 및 필요성
AI는 어떤 사람에게는 일을 조금 빠르게 해주는 도구이지만, 장애인에게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넓혀주는 보조수단이 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카메라와 AI로 문서나 물건을 설명받을 수 있고, 청각장애인은 실시간 음성 문자화로 수어를 모르는 사람과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언어장애인은 문자나 기호를 음성으로 전달할 수 있고, 발달장애인은 복잡한 정보를 쉬운 말로 바꾸어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술은 이미 생활 가까이 들어와 있다. 서울시는 2026년 9월 장애인 대상 AI 교육과 AI 기반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확대했고, 국가 정보통신보조기기 사업도 장애인을 대상으로 128개 제품의 구입비 80%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현재 지원은 기기와 제품 보급의 비중이 크다. 국립재활원의 장애인보조기기 교부사업도 46개 품목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OCR 장치·소프트웨어 같은 품목이 포함되어 있다. AI는 기존 보조기기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기능이 앱이나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고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기기를 한 번 지급하는 방식만으로는 기술 변화를 모두 담기 어렵다.
양천구에서도 생성형 AI 교육과 AI 리빙랩 등 주민이 직접 AI를 배우고 활용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같은 AI라도 누군가에게는 학습과 업무를 돕는 도구이고, 누군가에게는 글을 읽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래서 AI의 혜택을 개인의 경제력이나 유료서비스 구독 여부에만 맡겨두지 않고, 장애인의 정보접근과 의사소통, 일상생활을 돕는 AI 기능을 기본서비스로 보장하는 ‘AI 보조권’을 제안한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장애로 인해 제한되었던 권리도 함께 넓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제안내용의 상세 설명
‘AI 보조권’은 특정 AI 기기를 한 번 지급하는 제도가 아니다. 장애인이 일상생활과 사회참여에 필요한 AI 보조기능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원 기준부터 제품명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기능으로 바꾼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문서·제품·주변환경 설명, 청각장애인에게는 실시간 음성 문자화와 통화 보조, 언어장애인에게는 문자·기호의 음성화, 발달장애인에게는 쉬운 말 변환과 단계별 안내, 지체장애인에게는 음성이나 시선을 활용한 기기 조작 등이 해당한다. 장애유형만으로 일괄 배정하지 않고 본인이 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선택하도록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안전성, 접근성,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충족한 AI 서비스를 등록한다. 장애인은 그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고, 일정 범위의 이용료를 ‘AI 보조서비스 이용권’으로 지원받는다. 기본 이용분은 소득과 관계없이 보장하되 서비스 종류와 지원한도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정한다. 저소득 장애인의 본인부담을 더 낮추는 방식도 함께 검토한다. 한 회사의 제품을 모든 이용자에게 일괄 지급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문서 읽기’, ‘음성 문자화’, ‘쉬운 말 변환’처럼 기능을 기준으로 지원하면 더 좋은 기술이 나왔을 때 지원목록을 바꿀 수 있다. 기술은 바뀌어도 권리는 유지되는 구조다.
AI가 사람의 지원을 무조건 대신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둔다. 의료·법률·중요한 계약이나 보행 안전처럼 오류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에서는 전문 수어통역사, 활동지원인 등 기존의 사람 지원을 유지한다. 수어 번역처럼 기술의 정확도가 더 검증되어야 하는 기능 역시 확인된 범위에서 보조적으로 사용한다. 카메라 영상이나 음성처럼 민감한 정보가 사용되는 서비스는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저장하는지, 얼마나 보관하는지를 이용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정보만 처리하도록 개인정보 보호기준도 서비스 선정조건에 포함한다. 서비스 선정과 평가에는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한다. 실제 사용자가 어떤 기능이 도움이 됐는지, 어느 상황에서 오류가 잦았는지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 지원목록에 반영한다.
양천구에서는 기존의 AI 교육과 리빙랩 경험을 활용해 ‘장애인 AI 보조서비스 리빙랩’을 시범 운영할 수 있다. 지역 장애인복지기관과 연계하여 시각·청각·발달 등 여러 장애유형의 당사자가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고, 실제 이용빈도와 만족도, 오류와 안전문제, 이전보다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된 생활과제를 확인한다. 시범 결과가 쌓이면 서울시와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기존 정보통신보조기기 지원체계 안에 ‘AI 서비스 이용지원’을 별도의 유형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예산은 특정 제품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보다 개인별 이용권에 연간 한도를 두고, 정부가 단체계약이나 공공구매로 이용료를 낮추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모든 AI 서비스를 지원하기보다 일상생활과 사회참여에 실제 도움이 되고 안전성이 확인된 기능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기대효과
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하고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며 일상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가족이나 활동지원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일부 일을 본인이 선택해 처리하게 되면 자기결정권과 사회참여의 폭도 함께 커질 수 있다. AI의 혜택이 이용료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기능 중심 지원은 기술 변화에도 대응하기 쉽고,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과 장기간 운영되어야 하는 복지제도 사이의 시간차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에는 장애인 당사자, 복지기관, 행정기관, 기술기업이 함께 서비스를 점검하는 협력구조가 생기고, 장애인의 AI 활용 경험이 축적되면 고령자 등 다른 AI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으로도 넓힐 수 있다(현행 AI기본법 시행령은 65세 이상 등을 AI 취약계층에 포함). AI 발전이 장애인의 권리를 자동으로 넓혀주지는 않는다. 필요한 사람이 그 기술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어야 정보접근권, 의사소통권, 자기결정권의 변화로 이어진다. AI가 발전할수록 장애인의 권리도 함께 넓어지는 것. 그것이 AI 보조권이 만들고자 하는 변화다.
자유 기재
현재도 장애인 보조기기와 디지털 접근성 지원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2026년 9월 장애인 AI 교육과 AI 기반 정보통신 보조기기 지원 확대를 발표했고, 정부 정보통신보조기기 사업은 128개 제품의 구입비 80%를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포용법도 국가기관이 제공하는 웹사이트, 앱, 키오스크 등에 대해 디지털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I기본법 역시 장애인과 고령자 등 AI 취약계층의 정책 참여와 의견 반영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두고 있다. AI 보조권은 이런 제도를 없애거나 대체하려는 제안이 아니다. 현재의 정책이 ‘기기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면, AI 보조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AI 보조기능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 자체를 지원하자는 제안이다. 확인한 현행 중앙정부와 서울시 지원체계에서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AI 서비스의 구독·이용을 기능 중심의 기본서비스로 보장하는 전국 단위 제도는 확인하지 못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기술을 볼 때 편리함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늘어나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AI의 혜택이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도 실제로 닿을 수 있도록 ‘AI 보조권’을 기본사회 정책으로 제안한다.